더 레슬러

죠나침 2020. 7. 14. 00:08

더 레슬러

<더 레슬러>를 봤다.

 

몸과 마음 모두 상할대로 상한 노년의 레슬러 랜디 '더 램' 로빈슨의 이야기이다. 80년대에 미국을 주름잡았던 랜디는 그 당시의 추억을 잊지 못하고 늙어서까지 계속 레슬링을 하는 왕년의 스타이다. 다만 노후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왕년의 스타라서 집도 아닌 트레일러에서 자고, 마트 알바를 뛰기도 한다. 영화는 이 노년 레슬러의 자업자득 고생담으로 이루어져있다. 

 

랜디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데 스트립 클럽에 다닌다.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받지만 딸에게는 버림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참한 실패담이고 영화는 그게 다 본인 업보인 걸 잘 아는 듯 랜디에게 가차없는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더 램'이 링에 올라 환호를 받을때 만큼은 영락없는 레슬링 스타이고 그 빛나는 순간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랜디를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보기만 해도 힘들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영화인데, 평소 잘 생각해보지 않았을 인디 레슬러의 생활을 자세하게 보여줘서 영화의 또다른 재미 요소가 된다. 근육이 터질 것 같은 사람들이 경기를 준비하며 오순도순 인사를 나누고, 약에 대한 꿀팁을 공유하는 모습은 너무 짠해서 웃음이 나올 정도이고, 랜디의 이야기를 한층 더 믿을만하고 공감갈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기도 한다.

 

미키 루크를 비롯한 배우들은 이 현실적인 이야기에 더 공감하고 집중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미키 루크는 일단 비주얼부터 캐릭터와 배우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고, 나중에 알게 된 배우의 설정까지 캐릭터가 하나가 되어 그 캐릭터를 보기만 해도 물리적 정신적 고통이 모두 밀려온다. 마리사 토메이와 에반 레이첼 우드도 좋은 연기를 보였다. 토드 배리가 정말 얄밉게 나온다.

 

처음 개봉 당시 봤을때와 달리 이번에는 랜디가 하는 짓에 동정도 잘 가지 않는 가차없는 마음으로 보았지만, 그럼에도 내심 랜디의 레슬링을 응원하게 만들어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만드는 재밌는 영화였다. 레슬링 팬으로서 영화의 마지막 '램 잼' 장면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추천: 재밌습니다! 레슬링에 관심이 있으면 더 '재밌게' 볼 수 있고 레슬링 팬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더 레슬러> The Wrestler

09.03.05 개봉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각본: 로버트 시걸

출연: 미키 루크, 마리사 토메이, 에반 레이첼 우드